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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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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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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속의 보물('가장 소중한 보물'을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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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속의 보물
- <가장 소중한 보물>을 읽고
어린 시절 저는 제주도 바닷가에 인접한 작은 마을에 살았습니다. 우리 집 옆에는 뽕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어찌나 우람한지 자신의 세력을 우리 집 낮은 옥상까지 펼치고 싶어 했죠. 옥상을 기웃대는 뽕나무 가지와 이파리로 인해 옥상 한 귀퉁이에는 작은 그늘이 만들어졌답니다. 바로 저의 아지트가 생긴 셈이죠. 저는 바닷바람이 고이는 그 그늘 속에서 온종일 뒹굴며 뽕나무 이파리 그림자가 점점이 박힌 책을 읽곤 했습니다. 뽕나무 그늘은 제가 한 마리 누에고치인양 그렇게 저를 키웠답니다.
몇 해 전, 우연히 동사모를 접했을 때, 마녀가 등장하는 전자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생각이 안 났지만, 고래가 하늘을 날았고, 진정한 보물의 가치를 아는 마녀가 여왕이 된다는 내용은 생생히 각인되었죠. 마녀의 주술의 힘으로도 찾지 못하는 보물을 고래가 내면 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답니다. 나중에 꼭 다시 읽고픈 그림책이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여왕이 된 티베리아의 마법이 통했던 것일까요? 아기를 낳고 키우며 소소한 일상으로 인해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이 책을 우리 채운이의 독서영재 책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순간 울컥, 마음 속으로 바닷바람 한 줄기, 뽕나무 그늘 한 점이 솟아나는 것만 같았어요. 저는 흥분한 채로 "우와, 이 책 엄마가 좋아하는 건데~"하고 소리쳤답니다. 채운이도 덩달아 좋아했죠.
그 자리에서 채운이를 안고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제 28개월인 채운이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였답니다. 물질문명으로 인해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 고래와 마녀 사이의 우정, 고래 서식지 파괴로 인한 환경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그림책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고래와 날으는 빗자루를 탄 마녀는 채운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요.
"빗자루 기차 타고 날아간다."
워낙에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길쭉한 모든 것을 기차로 연관시켜 생각하곤 한답니다. 빗자루가 기차였으면 했나 봐요. 얼마 전에는 <열차는 왜 하늘을 날 수 없을까?(아이세움)>이라는 책을 보면서 우주열차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더군요. 하늘을 나는 기차를 채운이는 상상 속에서 여러 번 타보았겠지요.
"엄마, 왜 코만 있어?"
채운이의 말에 자세히 보니 정말 마녀의 얼굴에는 코만 커다랗게 그려져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지금껏 그렇게 그려졌다는 것을 보지 못했거든요. 역시 아이들의 세심한 관찰력은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빗자루 기차와 마녀, 까마귀, 고래를 그린 후 오려서 십자로 엮은 나무젓가락에 줄로 매달아 주었습니다. 흔들흔들~~ 약간 엉성하지만 책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멋진 모빌이 되었답니다. 채운이는 고래도 힘드니까 꼭 기차에 태워줘야 한대요.^^
예전에는 마녀가 아주 악하고 무서운 존재라 아이들에게 공포감을 주었는데, 이제는 실수투성이에다 장난꾸러기인 꼬마 마녀가 많이 나와서 그런지 아이들의 동일시 대상이 되네요. 고전동화에서 등장하는 마녀는 주인공을 해치는 적이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위협적인 인물이었죠. <오즈의 마법사>에 이르러서 착한 마녀/나쁜 마녀 개념이 나와서 마녀도 착할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지만...... 요새 꼬마 마녀들은 아예 착하고 나쁜 양분법에서 벗어나 너무나 친숙하고 귀여운 우리 아가들과 다를 바가 없죠. 독서영재의 또 다른 책 <숲속의 마법사 마수리>에서의 마녀(마법사)도 아주 장난꾸러기랍니다. 마녀의 신성한 힘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정말 인간 친화적인 마녀들이죠.
이 책에서의 마녀 티베리아도 요술 빗자루를 부러뜨리는 실수를 합니다. 그 실수를 계기로 고래를 만나 고래를 가만히 뒤쫓아가지요. 까마귀 에밀리오는 반짝이는 물고기와 산호, 난파된 해적선, 물에 가라앉은 도시에서 보물이 나올 거라고 주장하지만, 티베리아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고래 뒤만 따라갔습니다. 항의하는 에밀리오에게 티베리아는 고래와 친구가 되어 잃어버린 바다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고 하지요. 그 말을 통해 고래는 마음을 열고 그들 모두는 친구가 되어 하늘로 날아올라 갑니다. <돈키호테>에서 이상만 좇는 돈키호테와 속세를 대변하는 산초가 나오는데, 이 책에서는 티베리아와 에밀리오가 그 역할을 하네요. 바닷속의 보물이 속세라면, 바다에서 하늘로의 상승의 의미는 속세의 욕심을 벗어나 그 보다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행위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물론 하늘에서 고래는 아직 오염되지 않았던 바다의 내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겠지만요.
우리의 기대대로 티베리아는 새로운 여왕이 됩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 마음 속의 보물을 찾았기 때문이죠. 때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긴 하지만, 가장 소중한 보물을 알기에 우리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답니다. 저에게는 바닷바람이 있고, 뽕나무 그늘이 있고, 우리 채운이에게는 엄마, 아빠와 함께 철도 건널목에서 보낸 시간들이 있을 거예요.^^
채운 아빠의 사업 시작으로 거의 일 년 간 경제적인 어려움이 너무나 컸습니다. 그래도 저와 채운이가 그 어려움을 버티면서 독서영재에도 참여하고 책을 통한 즐거움과 배려 깊은 사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가장 소중한 보물이 뭔지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깨달음을 준 이 책의 티베리아 여왕과 독서영재운동에 깊은 감사드려요. 마음의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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