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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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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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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환상여행-앙드레단 그림책 도서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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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건조한 누런 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면, 저는 바다의 습기를 꿈꿉니다.
상상으로부터 밀려오는 물결은 지치고 갈라진 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만 같아요.
도시에 살면서부터 저는 제 마음에 바다 한 조각을 키우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눈만 돌리면 바로 바다가 보였기에, 넘치는 바다를 굳이 담을 필요가 없었더랬죠.
이제는 어느 틈엔가 새어가버릴지 모르는 그 바다를, 그 바다 내음을 상상으로나마 잡아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앙드레단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 저에게는 파스텔톤으로 반짝이는 물결이 일렁이는 듯 했습니다. 부드럽고 불분명한 경계선과 번진듯하면서도 흐릿한 색감이 신비감을 주었거든요. 새벽 안개가 피어오른 바다처럼요...... 아, 이건 환상이야기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책장을 펼쳤는데, 역시나 저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현실과 환상(꿈)세계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에 비춰볼 때, 앙드레단 그림책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더욱 내면 깊은 설득력을 얻는 듯 해요. 현실과 섞인 환상을 은은한 색깔로 표현해서 저는 그의 그림책을 비 오는 날 서리 낀 창문 앞에서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도시와 먼지바람으로 인해 건조해질대로 건조해진 제 마음에 촉촉한 습기를 가져다 주었던 거죠.
저와 채운이가 가장 좋아한 그림책은 <나의 세 친구>입니다. 해와 달과 별이 환하게 웃고 있는 겉표지부터 우리를 끌어당겼죠. 주인공은 우리 채운이만한 남자아이인데, 달과 해가 물에 퐁당 뛰어들자 함께 물에 뛰어듭니다. 앞에 아무런 설명이 없지요. 왜 달과 해가 공존하는가, 달과 해가 물에 뛰어들 수 있을까, 어째서 달과 해가 아이의 친구인가... 하는 어른들의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물음에는 과감히 대답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친구'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거지요.
같이 배를 타고 가다가 해는 화산을 멈추게 하고, 달은 떨어진 별을 건져주죠. 가파른 언덕에서는 아이와 해가 달을 업어주었고요. 밤하늘의 세 친구가 아이와 함께 뱃놀이를 즐기는 이 그림책은 '친구'와 '우정'의 의미를 느끼게 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친구'라는 걸 말이죠. 빨강과 노랑이 혼합된 따스하고 정감 어린 색감은 환상을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읽으면 읽을수록 끌리는 책입니다.
<발레리아 별>도 우주와 땅 사이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소원을 담은 그림책이에요. 별을 바라보던 아이는 어느새 꼬마 천문학자가 되어 춤추는 발레리나 별의 공연을 구경하게 됩니다. 더구나 그 별이 자신만의 춤을 춰주고 그 보다 더해 자신과 함께 춤을 추다니요! 즐겁고 행복한 춤이 끝나고 서로의 빛과 향기를 간직하자며 헤어지는 부분에서는 어느새 우리 마음에도 빛과 향기가 가득 차 오르는 걸 느끼게 되지요. 밀밭을 보면 금발의 어린왕자가 떠오르는 여우처럼 서로에게 길들여진 거예요. 그 짧은 순간에 말이죠. 이 책도 금세 채운이와 저에게 소중한 그림책이 되었어요.
그 밖에도 주인의 서커스를 구경하며 그것을 닮으려던 개 자파가 주인보다도 더 멋진 공연을 한다는 <어릿광대 자파>, 나뭇잎을 타고 온 세계를 날아다니다 난파된 배의 원숭이를 구해 다시 모험을 떠나는 글자 없는 그림책 <도와줘요, 헬리코!>, 자신의 첫 알을 낳고 그 알에 엄마의 꿈을 담고 또 담다가 결국엔 건강하고 이쁘게 태어난 아기를 보고 그것이야말로 엄마의 유일한 소원임을 깨닫는 엄마닭의 이야기를 담은 <엄마닭이 알을 낳았어요>, 인간의 무지와 무심함으로 인해 더러워진 환경을 동물들이 지켜나가자고 다짐해 가장 시사성을 띤 <보물낚시>, 할아버지의 낡은 배를 수리해 환상적인 모험을 떠나게 되는 <할아버지의 배>, 생일 초대장을 만들어 보내다 잠이 들어 편지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까밀라의 이야기가 담긴 <까밀라의 꿈>, 아기 돼지의 귀여운 장난과 사건을 재미있게 그린 <스퀴글 이야기>...... 모두 이렇게 환상과 모험이 따스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입니다.
특히, 글과 그림이 일치않지 않은 '대위'기법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독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스퀴글 이야기> 이야기에서는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어요. 엄마에게 쓰는 편지에는 아주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것처럼 글에서 표현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는 말썽꾸러기의 행동을 하는 그림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우리 채운이도 자신과 닮은 스퀴글이 좋은가 봐요. 저는 이 꼬마 돼지 스퀴글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답니다. 우리 채운이를 보는 것 같아서 그렇겠죠?
원색의 캐릭터들이 점령한 아기책 시장에서 앙드레단 그림책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력에서도 보듯이, 이미 앙드레단의 작품들은 많은 호응과 지지를 받고 있네요. 사유적인 작품들도 있어서 아기들이 이해를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 아기들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도 이해력이 높고, 설령 이해를 못했다 하더라도 그림책은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다만, 앙드레단 그림책이 일정한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세계의 울림에 합류하냐, 하지 않냐의 차이는 있겠지요.
앙드레단 그림책을 만난 것은 저와 채운이에게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들을 펴는 순간, 이미 따스한 환상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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